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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하의 힐링투어]제천 청풍호반 유람선 여행

유럽풍 별장마을… 눈앞에 청풍호가 앞마당처럼

동아일보 2013.10.31(목) 2013-10-31조회수 : 2891

호숫가 단풍 숲은 붉게타고, 반겨주는 기암절벽 많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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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에 청풍호반을 유람선으로 여행하기란 파란 가을하늘과 호반의 단풍진 산숲을 두루 즐기에 그만이다. 

장회나루를 출발한 충주호유람선이 옥순대교를 지나 청풍나루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제천=조성하 여행전문기자


 

가끔은 옛것이 그리울 때도 있는 법. 이 가을을 청풍호 유람선에서 즐겨보려 한 내 ‘촌스러운’ 결정의 요체가 바로 그것이었다.나이 먹어 그러려니 넘길 수도 있는 이 지극히 평범한 선택. 그러나 여행 트렌드에 관한 한 최첨단을 달리며 여행 스타일에선 전위에 가까우리만큼 파격을 일삼아온 내가 그런 용렬한 해석에 절대 동의하진 않을 터. 실제 결행을 해보니 내 판단이 절대 옳았음을 확인할 수 있어 기뻤다. 노병은 아직 녹슬지 않음도 함께. 


우선 묻겠다. 대한민국 어느 호수의 풍치가 이렇듯 압권인지. 단풍 비경과 가을하늘, 게다가 싱그러운 공기와 쏟아지는 햇볕을 이렇듯 ‘일타이매+동시관람’식의 시(時)테그 재(財)테크적 여행으로 관조하며 즐길 수 있는 게 또 어디 있는지. 게다가 유람선은 마지막으로 탔던 수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또 업그레이드돼 있다. 운항 횟수도 늘어 주말에도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 아쉬움이라면 지난주 청풍호반의 단풍이 절정에 이르지 못함인데 금주나 내주엔 기막힐 것으로 보이니 이 가을 가족여행에 청풍호 유람선 여행은 강추에 강추다.


내가 배에 오른 곳은 청풍나루 선착장. 장회나루(단양)까지 운항하는 데 편도 40분, 왕복 1시간 반이 걸린다. 유람선은 두 종.파리의 센 강것과 비슷한 작은 것은 쾌속선(단층)이라고 불렸다. 나는 1, 2층에 선실을 갖추고 그 옥상을 야외 덱으로 운영하는 대형선에 올랐다. 거기 서니 청풍호의 풍광이 360도로 조망됐다. 동편 금수산과 서편 월악산의 거대한 산군은 물론이고 충주댐 건설 당시 수장을 겨우 면한 호반의 숲과 집도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왔다. 호안 곳곳으론 단풍 숲과 기암절벽이 펼쳐졌다. 그중 백미는 장회나루 근방의 옥순봉과 구담봉(단양팔경) 기암. 그걸 제대로 촬영하려면 오전에 배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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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찾은 청풍호반은 이렇듯 내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거기에 하나를 더 든다면 도시에선 도저히 맛볼 수 없는 맑고 단 공기다. 유람선 선장이 그 마음을 읽었는지 이런 멘트를 방송으로 날린다. “만사천 원 내고 타셨지요. 그 돈 아까워 말고 청풍호 공기 실컷 들이켜세요. 이 신선한 공기만 해도 그 값하고 남습니다.” 


되돌아온 청풍나루에서 내려 차를 몰아 청풍대교를 건너니 호안도로가 펼쳐진다. 그 길로 조금만 가면 배위에서 보았던 클럽 이에스 충주호 리조트 입구, 거길 지나 1분만 달리면 금수산 자락의 얼음골 생태길(청풍호 자드락길 3코스·5.4km 왕복 4시간)과 정방사로 가는 길목에 이른다. 나는 정방사 길로 접어들었다. 청풍호에서 금수산을 보았으니 이번엔 금수산에서 청풍호를 바라보기 위해서인데 그러기에 좋은 곳이 정방사-클럽 이에스 충주호 전망대가 더 낫지만 회원 전용-다. 사찰까지1.6km는 호젓한 숲길(콘크리트 포장도)로 운치 만점. 자동차로도 오른다. 사찰은 바위절벽 아래 어렵사리 자리 잡았는데 신라 의상대사가 던진 지팡이가 점지한 터라고 한다. 절에선 월악산까지 8겹으로 중첩된 산경을 배경으로 비단처럼 펼쳐진 청풍호가 한눈에 조망된다.


 

유럽풍 별장마을… 눈앞에 청풍호가 앞마당처럼

이종용 회장의 자연존중 철학 온전히 스며있는 클럽 이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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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스타일의 클럽 이에스 충주호 빌라, 레스토랑 창문으로 바라본 정원, 

캐나다인 회원 피터 제임스의 즉흥공연과 환호하는 한국인 회원, 정방사로 이어지는 호젓한 숲길(시계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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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 그에겐 그만의 도락(道樂)이 있다. 숲가에서 낙엽을 태우며 모처럼 만난 친우와 어울려 밤늦도록 술잔을 기울이며 취흥에 빠지는 것이다. 그러면 누군가는 시를 읊고 또 누군가는 노래로 화답한다. 그러면 부근 우리서 잠든 염소도 깨어 귀를 쫑긋 기울이고 닭과 오리는 그 달밤놀음에 동참을 고민한다. 가끔은 정면의 청풍호가 그 배후를 자처한 월악(月岳)의 산정을 디딘 보름달의 고고한 달빛에 물든다. 어쩌다 달 없는 밤엔 밤하늘 뭇별이 흩뿌린 영롱한 별빛가루로 이 청풍호가 뒤덮이기도 한다.

 

그럴 때면 그는 이 청풍호반 금수산 자락(충북 제천군 수산면 능성계곡)에 콘크리트더미의 숲에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도시민을 위해 자그만 별장마을을 짓고 거기서 베레모 쓰고 골목대장처럼 촌장노릇에 취한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대견스레 홀로 미소 짓곤 한다. 


클럽회원(직계존비속 포함)이 아니면 묵을 수 없고 회원이라도 다른 회원의 휴식을 해치면 가차 없이 쫓아내고 자격까지 박탈해온 클럽 이에스(Club ES) 이종용 대표이사 회장(72·사진)이 ‘그’다. 1995년 이 청풍호반에 첫 집을 지은 후 45채(255실) 숲속 마을로 태어난 클럽 이에스. 콘도 천국 우리나라에서 유럽풍 별장마을로 완성된 유일한 콘도다. 현재 국내 두 개(경남 통영 한려해상국립공원 내 해안 포함), 네팔에 한 개(데우랠리 소재)가 있는데 이 클럽 이에스 충주호가 효시다.이곳의 입지는 기막히다. 팔중 구중으로 중첩된 산경의 끝에 우뚝한 월악산(국립공원)이 정면으로 바라다보이는 금수산, 거기서도 호반을 향해 내리뻗는 산자락 중턱의 숲속이다. 그래서 별장마을엔 청풍호가 앞마당처럼 펼쳐진다. 청풍호 유람선에서도 마을은 정면으로―선장이 선내방송을 통해 알려 준다―바라다보인다. 이곳은 지을 때부터 나무를 가급적 베지 않고 그대로 살렸다. 그래서 외부에 노출이 심하지 않았는데 이젠 그 나무마저 웃자라 별장을 가렸다. 그 유람선에서 보이는 집은 마을의 3분의 1 이하다. 


지난 주말, 근 8년 만에 이곳을 찾았다. 왠지 올가을은 그냥 넘기기 섭섭해 가을정취를 찾아 헤매던 끝이었다. 매년 이맘때면 늘 낙엽을 긁어모아 태우는 별장지기이자 촌장인 이 회장의 만추지정도 한몫했다. 그런데 그날의 청풍호반 단풍은 여직 절정을 향하고 있었고 기온 역시 낙엽 태우는 불길에서 절실한 따뜻함이 느껴지지 못할 수준인지라 가을은 아직 덜 익은 듯했다. 


그럼에도 이 가을의 원숙함이 이 별장마을에만큼은 충만해 보였다. 1995년 별장 한 채로 시작해 곧 20년(2015년)을 맞는 마을이 산과 호수, 숲과 바람 등 자연에 포섭돼 그 일부가 된 듯한 자연스러움을 두고 하는 말이다. 기품 있는 오십대 여인에게서 풍겨나는 중후한 원숙미라고나 할까.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더욱 깊이 있는 울림으로 들을 때마다 나를 놀라게 하는 에이징(Aging·노화) 잘된 명품스피커 같은…. 자연생태계에선 그 어떤 것―이런 별장마을까지 포함―도 주변세력과 투쟁 없이 지속될 수 없음을 일찍이 간파한 세계적인 정원예술가 찰스 젱크스(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의 메인시설인 순천호수정원 설계자·영국)의 혜안이 아니더라도 누구든 여기선 그걸 느낀다. 


클럽 이에스 별장마을이 스스로 터득한 완숙의 미학. 그건 2008년 남해 쪽빛 바닷가에서 개장한 클럽 이에스 통영에 고스란히 답습됐다. 한려해상국립공원 미륵도(산양읍)의 산마루에 터를 잡은 ‘덕’에 건축허가 받는 데만 7년이 소요됐던 그곳. 호수처럼 잔잔한 한려수도 바다를 점점이 수놓은 크고 작은 섬이 한 폭의 수채화로 다가오는 대한민국 최고 비경의 리조트다. 이 회장의 자연존중 철학과 자연친화 조형감각은 거기서 절정을 이뤘다. 자연과 거스른 그 어떤 것도 이 별장마을에선 찾아보기 힘들어서다. 이 회장 자신이 직접 그 모든 걸 찾아내 깨끗이 지워내선데 건축 외형의 모든 직선을 곡선으로 가다듬은 게 그것이다. 그걸 위해 준공검사가 떨어졌음에도 개장을 열 달이나 미루고 멀쩡한 집을 다 뜯어 고쳤으니 과연 어느 누가 그걸 이해할 수 있을지.


그런 고집. 과연 어디서 왔을까. “이 아름다운 땅은 사람이 만들지 않았다. 순전히 자연의 소산이다. 그런데 그걸 인간이 그릇되게 하다니, 그건 극악무도한 죄악이다. 그러니 그 자연에 손을 댄다면 그 아름다움에 어울리도록 아름답게 해야 한다. 클럽 이에스의 영감을 얻은 사르데냐 섬(이탈리아반도 서부)에선 마을의 집집 하나하나도 이름 붙여 부른다. 집까지도 인격체로 보는 이 섬 사람 일상의 최고 가치는 자연과 어울림이다. 나는 그 가르침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고 그걸 클럽 이에스에 담아내려 노력해왔다.” 


그는 스스로를 ‘늙은 드리머(Dreamer·몽상가)’라 부른다. 그러면서도 행보는 늘 패기만만의 프런티어(Frontier·개척자)의 그것이다. 여직 ‘15소년 표류기’에 매몰돼 있고 콘티키호의 주인공 토르 헤위에르달(훔볼트 해류를 따르는 페루∼타히티 바닷길을 증명하기 위해 뗏목으로 항해했던 노르웨이의 실천적 문화인류학자)을 사모하는 만년소년이다. 그런 그인 만큼 꿈은 절대 식지 않는다. 요즘은 제주에 클럽 이에스를 세우는 것이 그의 꿈. 곧 우리 앞에 드러날 그 모습이 못내 궁금한데 그는 아직 그걸 내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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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이에스: 회원 전용의 유럽스타일 숲속 별장마을 콘도. 제천(청풍호반)과 

통영(산양읍 미륵도 한려해상국립공원 안)에 있다. 문의 02-508-2329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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