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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수필] 횡설수설 짝사랑 찬가(讚歌) / 안광수 회원님
날짜 : 2017-10-17 글쓴이 : CLUB ES 조회수 : 267
나는 짝사랑을 좋아합니다. 더 정확히는 ‘짝사랑하는 사람’ 내지는 ‘짝사랑 할 줄 아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짝사랑하는 사람은 용감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용기가 없거나 부족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혹은 그런데 그들은 분명히 착한 사람들입니다. 용감한 사람도 물론 착한 사람일 수 있지만, 많은 경우
거칠거나 단순하고 철이 없거나 심지어는 미친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 보십시오. 짝사랑으로 퍼렇게 멍이든 영혼과 가슴을 지닌 자가, 모두가 잠든 밤에 라디오 음악을 들으며 신
새벽이 되도록 깨어 있을 때, 거친 들소처럼 ‘푹푹’ 거리는 콧바람을 내뿜는 적이 있었는지!

그녀가 혹은 그가 나의 아픈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 지 관심조차 없는 아메바처럼 단순한 자가 짝사랑의 그런 고차원의 감정추리 게임에 몰두하여 온 밤을 밝힐 수 있는지!

상대방 입장을 배려할 줄 모르는 Only my way!만을 지고의 가치로 알고 살아가는 욕심 많고 사려 깊지 못한 자가, 나 때문에 그가 혹은 그녀가 고통스러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것 같은 고민으로 식욕마저 잃고 책상위에 한숨을 토해가며 엎드리는 적이 있는지!

보십시오! 어떤 실성한 자가, 채울 수 없는 그리움으로 가슴 가득 그렁그렁한 눈물을 머금고도 조용히 눈을 감고 그런 아픔을 주는 이를 미워함 없이 그저 그 고통을 묵묵히 참아낼 수 있는가를!

누군가를 홀로 짝사랑하는 사람은, 그러므로 순수하고 사욕 없고 너그럽고 온유하고 겸손하고 경박하지 않고 진중하며 또한 바위처럼 성실하고 그리하여 마침내는 우리가 마땅히 그래야 할 ‘사람다운 사람’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만약 누군가가 나를 짝사랑한다면, 나는 그 선한 누군가를 위해 또 다른 누군가를 짝사랑하는 저 마음들을 지녀야 할 것입니다. 누가 알겠습니까? 혹여 그와 내가
서로 마주 보며 내밀한 짝사랑을 서로에게 바치고 있을 런지도 모르는 것을...

지금은 참으로 ‘사랑’이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그 모두가 진정으로 ‘사랑’일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기로 하며, 마음으로 바라는 것은 ‘짝사랑’이 그 넘쳐나는 ‘사랑’들 속에 더 많아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해서 사람들 모두 온통 각자의 ‘짝사랑’에 빠져 쾡 한 눈으로 비실비실(?) 거리를 걸었으면... 그리하여 길에서 어깨가 부딪히더라도, 발이 서로 엉키더라도, 다투지 않고 그저 희미한 미소로 각자의 갈 길들을 갈 수 있으면... 하는 것입니다.

문득 한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그래, 실망할 것 없어. 우리 모두 비록 지금은 아닐지라도, 그 언젠간 첫사랑과 짝사랑에 빠져 본 적이 있지 않았던가? 다시 말해, 우리 모두 적어도 한때는 그런 ‘사람다운 사람’이었던 때가 있지 않았던가? 뿐만 아니라, 더욱 고무적인 것은, 첫사랑은 그야말로 한번 뿐이지만, 짝사랑은 한 번 두 번 열 번 백번도 가능하지 않은가?”

짝사랑은 내밀한 사랑이므로 수줍은 사람, 부끄러워 할 줄 아는 사람, 염치를 아는 사람에게 더욱 적절한 사랑일 것입니다. 그러니 잘나고 많이 갖고 아쉬울 것 없는 사람들은 힘들지 몰라도 그렇지 않은 우리들은 금년에, 아니 이 한여름에 모두 불같은 짝사랑에 빠져 봅시다!

이왕에 이 뜨거운 여름에 무언가를 먹어야만 한다면 ‘더위’를 먹지 말고 ‘짝사랑'의 달콤 쌉싸름한 진액을 드십시다. 머리 아파지고 몸이 얼얼해지는 냉방병에 걸리지 말고, 속은 싸하고 진땀이 나는 ’짝사랑‘에 걸립시다.

아들을 짝사랑하고 딸을 몰래 짝사랑하고 아내를 짝사랑하고, 가족과 벗들을 비밀리에 짝사랑하고 선후배 동료들을 들키지 않게 짝사랑합시다. 한 번쯤은 괘씸한 사람 하나 정도도 아주 조금만 짝사랑 해 줍시다.

아 참! 짝사랑을 받고 있는 행운아들의 절대적인 암묵은 알고들 계시죠? 절대로 상대방에게 “당신이 나를 짝사랑하고 있는 것을 내가 알고 있소!”라고 알리지 않는 것입니다. 다만 그저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 사랑을 들키지 않게 소중히 받아 주시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조심하셔야 할 점이 있습니다. “혹시 저 사람이 나를...?”하면서 주위 사람들을 실눈 내지는 가재 눈을 하고서 바라보시지 않는 것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기름 덩어리 같은 시꺼먼 마음의 소유자로 낙인찍혀 짝사랑의 대상에서 영원히 배제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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